마크로미디어 대학교 2016-1 교환학생 후기 - 미디어전공 조한빛
Q. 독일 교환학생에 지원할 때부터 그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제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대학생이 되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해외 경험이 없던 저로서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 사람, 교육 등등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비로운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오직 제 인생에 한번 뿐인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감이 있었지만 3학년 2학기에 무모하게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3학년 2학기에 지원하는 저로서는 교환학생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기 때문에 지원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토익과 토플공부를 함께 병행했었습니다. 생각보다 원하는 점수대가 나오지 않아 실망도 하고 좌절도 했었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했었습니다. 국제교류 프로그램 설명회를 포함해 교환학생 지원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난 후,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특이하게도 국제교류팀과 학부 교환학생 프로그램 모두 지원을 했었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교환학생 지원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교환학생에 합격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국제교류팀 교환학생 면접의 경우 복수의 지원자가 함께 들어가 면접을 봤고, 학부 교환학생 면접의 경우 혼자 강의실에 들어가서 교수님들에게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습니다. 국제교류팀 면접의 경우 제가 준비한 내용이 많이 나와서 큰 무리는 없었던 것에 반해, 학부 교환학생 면접에서는 실수도 많이 하고 답변 내용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몹시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이불을 찼던 기억이 납니다. 운 좋게 독일 매크로미디어 대학과 아우구스부르크 대학 교환학생에 합격했고, 제 전공과 좀 더 가까운 매크로미디어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상대학교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은 다음부터 독일에 도착하기 전까지 교환학생에 필요한 리스트를 체크하고 하나씩 준비했습니다. 매크로미디어 대학교의 경우 처음 우리학교와 협정을 체결한 학교여서 이전에 다녀온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렵사리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개강 날짜보다 3주 정도 먼저 출발해 어머니와의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여행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함께 떠안고 독일에 도착했습니다.
Q. 독일에서 느낀 것이 있다면?
처음 독일에 도착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개강하기 전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제 버디와 처음으로 만났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악수도 청하고 가벼운 포옹도 나눴습니다. 하지만 버디가 언짢은 듯한 기색과 함께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독일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일 사람들은 스킨십이 많은 미국식 인사를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저도 그러한 문화를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독일 사람들과 처음 만날 때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영어를 구사하지만,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할 경우 불친절하거나 시큰둥하게 대답을 들었던 경험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독일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 같습니다. 독일로 교환학생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되도록이면 간단한 기본 회화 정도는 가능한 만큼 독일어를 공부하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대부분의 상점이나 가게들이 일찍 닫는 편입니다. 오후 8시가 되면 대부분의 마트나 가게들이 닫고 식당의 경우도 일찍 닫는 편입니다. 일요일에는 거의 모든 곳이 문을 닫는다고 보면 됩니다. 소비자보다는 ‘노동자가 살기 편한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한국에서는 거의 마시지 않았었는데 독일에 와서 맥주의 참맛을 깨달았습니다. 체코 맥주와 더불어 독일 맥주 정말 맛있습니다. 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 라는 걸 독일 와서 깨달았습니다. 물론 지나친 음주는 지양해야겠지만, 가끔 수업 끝나고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하는 맥주 타임은 교환학생 생활의 큰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처음 보는 독일 사람들과 함께 규모가 큰 PUB에서 EURO 2016 독일 VS 이탈리아 경기를 응원하며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Q. 독일에서의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매크로미디어 대학은 생각보다 학교 규모가 많이 작은 편입니다. 종합 대학이라기보다는 특성화 학교나 아카데미 같은 느낌이 강해요. 수업을 듣는 인원도 보통 한 강의 당 15명을 넘지 않는 편이고, 아무래도 인원이 적다보니 교수님들과 학생들 간의 사이가 가까운 편입니다. 어떤 교수님은 우연히 길가다 저랑 마주쳤었는데 제 이름을 불러 주시더라고요. 그만큼 교수님들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관심이 많아 보였어요. 수업의 경우에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배우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조별로 앉아서 수업과 관련된 내용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준비하기도 해요.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학교가 작다보니 동아리 활동이나 교환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종합대학과 같이 다양한 교양수업을 수강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매크로미디어에서 기억에 남는 건 ‘Diversity Day’ 라고 국제교류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있었는데, 저희 한국 교환학생들은 한국을 소개하는 담당을 맡았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과 음식을 만들고, 저는 다른 친구와 함께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통기타 반주에 맞춰 무대에서 불렀었습니다. 외국 학생들의 뜨거웠던 호응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네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여유 있게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4과목 정도만 수강을 했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날과 주말을 이용해 동유럽 국가들을 여행했었는데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습니다.
<Diversity Day 행사 때 사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하이델 베르크 광장>
<프라하 존 레논 벽> <브라이튼 세븐 시스터즈 절벽>
Q.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서 하던 공부와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수업방식이나 평가방식 면에서 언론정보학부의 방식과는 많이 달랐어요.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매크로미디어 대학의 경우 실습이나 팀 프로젝트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어떤 교수님의 경우는 수업시간에 팀을 나눠주고 정해진 시간동안 자료를 찾고 준비를 해서 즉석에서 발표를 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험은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 대신 많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해야 합니다. 수업 내용과 관련된 연구주제를 정해서 10페이지 이상의 소논문을 작성하는 건데 영어로 그 많은 분량의 보고서를 쓰려니 처음에 되게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제가 간 학기에는 개설된 수업들이 저널리즘이나 언론학 관련 내용의 전공수업보다는 미디어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과 같은 경영 및 광고 관련 전공 수업에 초점을 맞춘 수업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적응하고 따라가는데 조금은 벅차고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언급하고 싶은 매크로미디어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미디어 관련 실무 위주의 학교답게 실습에 필요한 시설이나 시스템. 장비가 상당히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각 전공별로 특성화된 맞춤별 실습실이 있고, 좋은 기능의 DSLR 과 장비를 학부생들을 위해 대여해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실습 위주의 수업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의실에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업마다 컴퓨터를 사용해 강의를 하구요. 영상제작 및 편집. 디자인에 관심이 많거나 실습위주의 수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매크로미디어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교환학생 가기 전, 저랑 친한 학교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교환학생 그거 내실도 없어. 학교 입장에서는 그냥 학생들이나 많이 보내면 좋은 거지.” 교환학생에 합격했을 때는 너무 기쁘고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아 보이기도 해서 혼란 스러웠습니다. 사실 목표 지향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고작 1학기 교환학생으로 다녀왔다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적을지 모릅니다. 교환학생 경험이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내실이 없다”는 학교 선배의 말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을 굉장히 값지게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맨 처음 교환학생을 붙게 되었을 때의 설레는 마음과 달리 실제로 현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기대와 많이 달랐습니다.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수강신청, 장보기, 청소, 요리, 현지인과의 의사소통 등등 모든 것들을 스스로 혼자 해야 하다 보니 가끔은 지치기도 하고 향수병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타지에서 낯설고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것들에 지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좌절하지 않았다면,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새벽까지 씨름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제게 세상은 여전히 만만한 대상이었을지 모릅니다. 이곳에서 제 부족함을 절절히 깨달았기에 저는 ‘아직도’ 영어 공부를 합니다. 만약 한국에만 갇혀 있었다면 현실에 안주하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경험은 그것이 좋은 경험이든 좋지 않은 경험이든 그 경험 속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기라는 기간이 어떻게 보면 매우 짧지만, 어떻게 보면 짧지만도 않은 기간입니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경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의미 있는 교환학생 생활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교환학생의 경우 오직 대학생 신분으로서만 누릴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인만큼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